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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당/* 잠언 *

잠언 개관

by 朴 海 東 2016. 3. 30.

 

 잠언 개관

구약성경의 한 책인 잠언(the book of proverbs)은 이스라엘의 지혜전승에서 비롯되어 최종적으로 정경에 수록된 개개 잠언들을 모은 잠언집을 다시 여러 개 종합한 선집(antorology)이다.

따라서 이 책을 잠언서잠언록으로 부르는 것이 더 명확하지만, 표준화된 성경들의 관행을 따라잠언으로 약칭하기로 한다.이 책을 구성하는 잠언집의 경계에 관해서는 성경본문이 충분히 명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1.지혜에 관한 교훈과 지혜의 가르침(1-9)

2.솔로몬의 첫째 어록(10:1-22:16)

3.현자들의 어록(22:17-24:22)

4.현자들의 어록 2(24:23-34)

5.솔로몬의 둘째 어록(25-29)

6.아굴의 교훈(30:1-9)

7.기타 잠언록(30:10-33)

8.르무엘 왕 어머니의 교훈(31:1-9)

9.현숙한 여인에 관한 교훈(31:10-31)

잠언의 초입1:1에 붙은 솔로몬의 잠언이라는 어구는 1-9장을 하나로 묶지만, 동시에 잠언 전체의 타이틀로 가능한다.

1-9장은 10-29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짧은 경구들과는 달리 긴 호흡과 뚜렷한 문학적 구조를 가진 논리적 강화(discourse)로 되어있다. 기본구조를 갖는 10개의 중심적인 교훈은 아래와 같다

1 (1:8-19) : 불량배를 멀리하라

2 (2:1-22) : 지혜가 너를 보호한다

3 (3:1-12) :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살길이다

4 (3:21-35) : 행복을 원한다면 좋은 이웃이 되어라

5 (4:1-9) : 지혜가 최고의 보배다

6 (4:10-19) : 결국 의인은 흥하고 악인은 망한다

7 (4:20-27) : 올곧은 마음과 삶을 지켜내라

8 (5:1-23) : 결혼의 울타리를 지키라

9 (6:20-35) : 간음의 말로를 기억하라

10 (7:1-27) : 유혹의 해부

2,잠언의 주요 주제들

잠언은 여호와 신앙의 신학적 진술 외에도 인성과 사회상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중 근본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유혹과 그 대처

잠언이 전제하는 인간의 정황은 유혹 앞에선, 결단을 요구받는 삶이다 그만큼 유혹은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상수이며, 한 사람의 삶은 그 사람이 어떤 유혹을 대면해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서 정확히 묘사할 수 있다.

특별히 1-9장에 배치된 10개의 강의들은 잠언이 가정하는 학습적인 젊은이들이 노출되어 있는 치명적 유혹과 그 대처 방안들을 염두에 두고 구성되어 있다. 지혜로운 스승, 즉 아버지는 살인강도짓을 떳떳한 사업계획인양 제시하며 자기들과 합류할 것을 권하는 또래 집단의 유혹과 그 허구성을 해부하고 유혹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친다(1:10-19).

지혜의 가치에 대한 서론적 가르침(1:1-9) 이후 첫 교훈이 또래압력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배우자에게서 얻는 쾌락에 만족하고 결혼의 담을 넘어 샘물(!)이 흘러가지 않게 하라는 함축적인 권고와 더불어(15:15-20).

목표물을 능란하게 유혹하는 음란한 여인의 모습과 그 유혹에 넘어간 자가 당하게 될 비참한 결과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5,7) 당혹스러울만치 생생하고 직설적이다. 잠언은 참된 스승과 아버지의 역할이 세상에 만연한 거짓을 벗기고 실상을 폭로하며, 진리를 명확하고 확신 있게 가르쳐주는 것임을 반복해서 알려 준다.

(2) 바람직한 언어생활

삶에서 말의 중요성은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혀에 달렸다(18:21)라는 잠언으로 요약된다. 적절한 말은 진실하고 선할 뿐 아니라 은쟁반에 담긴 황금 사과처럼아름답기까지 하고(25:11),

선한 말에는 사람을 고치는 치유력이 있으며(16:24),

온순한 혀는 생명나무라 불린다(15:4).

그러나 내면과 일치하지 않는 말은 힘을 가질 없으며, 마음의 중심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그저 좋은 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말은 인격의 소산이기 때문에 의;인의 입이 생명의 샘이고(10:11)

악인의 말은 독기로 찼으며(10:6), 악인은 말은 피를 부르고 정직한 자의 입은 사람을 구원한다(12:6).

이러한 잠언들은 악한 사람이 입에 발린 말로 남들을 속일 수 있다는 현실을 부인하는 순진한 언사가 아니다. 잠언은 거짓말의 폐해를 수없이 지적한다.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예닐곱 가지 항목에는 거짓된 혀, 거짓 증언, 형제 사이의 (말을 통하지 않을 수 없는) 이간질이 포함되어 있다(6:16-19). 거짓과 왜곡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도 표면적 언사를 넘어 내면의 덕성과 신앙인격을 분별하고 훈련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교훈이야말로 잠언이 기초한 영적, 신앙적 토대를 확인하게 한다.

말은 개인의 삶을 넘어 공동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논쟁적 언사는 불화를 일으키고(26:21), 절제하지 않은 말들은 우정을 해친다(16:28). 따라서 영적 공동체의 건강한 존속을 위해서는 진실한 언어생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진실하고 소박한 언어생활은 인간관계와 제도를 고치는 사회공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부패한 인성은 남의 비밀을 누설하기 좋아하고(11:13) 근거 없는 뜬소문에 귀를 기울이며(17:4), 남의 험담을 별미처럼 즐기기 때문이다(18:8). 결국 험담의 생산-유통-소비라는 구조를 뒷바침하는 우리 인성이 먼저 고쳐져야만 한다. 따라서 말에 관한 가르침들은 종국에 가서는 생각과 말을 형성하는 인격의 문제, 바른 사람을 만드는 방법의 문제로 귀속되게 마련이어서 이상적 인간성인 의인의 길이 다른 주제들을 품는 포괄적 이슈로 자리매김한다.

(3) 이상적 인간형인 의인의 길

잠언은 의로움, 현명함, 근면함 등 바람직한 덕목에 대해 추상적인 설명하기보다 그러한 인성, 혹은 덕목을 삶에 내재화한 이상적인 인간형을 묘사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이것은 어린이들에게 위인전을 읽혀 인물에서 강조되는 덕목들을 깨닫고 흡수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잠언은 사람들을 종종 정형으로 다루며, 덕목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의인은 완벽한 의인, 악인은 뼛속까지 악한 이들로 그리는 양극화된 인간 묘사를 즐겨 사용한다.

의인은 가난한 자의 사정을 알아주니 악익은 알아줄 지식이 없느니라(29:7)

의인은 자기의 가축의 생명을 돌아보니 악인의 긍휼은 잔인이니라(12:10)

의인과 악인은 가치관과 감각이 정반대이기에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며, 삶의 고비에서 내리는 선택 역시 양립이 불가능한 대립관계를 보인다.그러니 그들에 대한 하나님의 평가 역시 철저하게 대조적이라는 것에 놀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악인의 제사는 여호와께서 미워하셔도 정직한 자의 기도는 그가 기뻐하시느니라

악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미워하셔도 공의를 추구하는 자는(개역개정:따라가는 자) 그가 사랑하시느니라(15:8-9)

악인이 받는 긍극적인 벌은 하나님의 미움이고, 의인이 받는 긍극의 보상은 하나님의 사랑이다.

잠언은 인간의 행동이 필연적으로 가져올 결과를 계산하는, 도덕적의 일차원적 대차대조표를 그리지 않는다. 잠언이 이해하는 인간은, 지적 이해와 의지적 선택 그리고 정서적 반응을 포괄하는 자주적이고 책임 있는 존재이자, ‘생각-인격-향동, 이라는 분리 불가능한 인성 복합체로 그에 걸맞은 삶을 누리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의인과 악인은 각기 의로움과 악함을 내면화한 사람들로, 서로 호감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잠언의 중심 선집(10-29)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격언이 의인과 악인의 쌍방적 거부감을 진술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불의한자는 의인에게 미움을 받고 바르게 행동하는 자는 악인에게 미움을 받느니라(29:27)

이러한 증오심이 원수도 사랑하라는 복음서의 가르침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29:27과 그와 유사한 잠언들이 악인을 미워하는 의지적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의인이 악인을 향해 품게 되는 정서적 상태를 묘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양극화된 인간 묘사는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 위치할 평범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지혜자들의 편협한 시각이 아니라, 잠언의 학습자들에게 따라야 할 본과 피해야 할 반면교사의 모습을 또렷이 각인하기 위한 수사학적 노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잠언이 그리는 이상적 인간형은 의로운 사람’(히브리어 짜딕)이다. 의인은 의로운 삶의 방식 자체에 자족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의로움에 수반될 유익을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의로운 삶을 택한다면 그는 의로운 행위를 했을지라도 의로운 사람이 되기에는 불충분하다.

잠언은 지혜에 관한 책이고, 지혜의 유익을 설파하며 지혜의 추구를 권면하는 것이 주요주제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입는다는 궁극적의 보상은 지혜로운 사람이 아닌, 의로운 사람에게 최종적으로 부여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잠언의 세계관에 따를 때 지식/지혜가 궁극적 덕목이나 삶의 목적이 아니고 의로운 삶을 이루기 위한 도구적 성격을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