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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당/창세기

▼ 창세기 41:46-57 나의 결혼 기념일과 칼국수

by 朴 海 東 2016. 3. 24.

▼ 창세기 41:46-57   나의 결혼 기념일과 칼국수

 

나의 결혼 기념일과 칼국수

창세기 41:46-57

묵상내용

지난 몇 일 벗꽃이 흐트러지게 피어나며 화창한 봄날씨가 이어지더니
어제[4월 6일]는 결혼 기념일 이었는데 왠 종일 비가 내렸다.

서울 근교 *** 기도원에서 8년째 지속되고 있는 어떤 기도모임에서
말씀 전할 부탁을 받아서 아침 일찍 올라갔는데 서로 다른 교회에서 참석한
30-40 여명 기도하시는 분들이 뜨겁게 찬양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말씀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에 돌아가면서 각자 기도의 제목을 말하는데
한결같이 삶의 고달픔이 묻어나오는 어려운 사정들을 들을 수 있었다

가슴에 닿아지는 기도제목들을 기도로 쏟아내는 동안 나는 같은 교회가 아니어도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혈육의 피보다 진한 한 가족이라는 진한 사랑을 느꼈다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결혼 기념일 이었지만
기도의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오는 길은 벌써 하루가 저물고 있었는데
너무 기도에 진력한 때문인지 피곤한 지하철 안에서
졸다 깨다하며 겨우 집에 도착하였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오늘 우리 결혼 기념일이니
밖에 나가 외식이라도 하자고 하였는데
밖엔 진종일 내리는 비로 마땅이 갈 만한 곳이 없어 주춤하던 차에
아내는 갑자기 칼국수가 먹고 싶었는지
동네 시장 골목 끝에 있는 칼국수 집으로 나의 손을 이끌었다

허름한 가격에 맛있는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허름한 칼국수 집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요즘 살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가족함께 외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이런 칼국수 집에도 손님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한 손엔 젖가락을 들고 한 손엔 수저를 들고 나보다 더 맛있게
칼국수를 먹는 아내를 보면서 마음이 시리도록 감사하고 흐믓하였다.

삶이 고단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런 식당에서는
값 비싸고 멋진 식당이 아니어도 한 테이블 건너 앉아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다 보면서
마음에 담아지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있고 느낌이 있어서 좋다

아내와 내가 앉은 테이블 건너편엔 노동판 잡부로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앉아서 큰 대접에 가득 담긴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저 청년에겐 어떤 고단한 삶의 사연이 있을까 .... 궁금해지기도 하며

턱수염 가득한 그 청년이 왠지 낯설지 않고 마치 오래 사귄 사람처럼
정겹게 바라봐지는 것도 이런 허름한 식당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식당문을 나서 집으로 오는 길에도 여전히 봄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는데
우산을 바쳐들고 집으로 향하면서
아내와 함께 살아온 지난 **년의 세월이 이어지는 빗줄기처럼 떠올랐다

야곱은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요셉과 상봉하고 바로 앞에 서게 되었을때
그를 축복하며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기를
"내가 험악한 인생을 살았나이다" 하였는데

내가 살아온 지난 날들도 화창한 봄 날씨보다
흐리고 바람 불며 비나리는 날의 모습이 더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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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에서 요셉은 자신의 지난 날을 회상하며
태어난 자식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있는데
한결같이 하나님께 향한 신앙고백이 이름 속에 담겨져 있다

요셉은 하나님의 은혜로 감옥에서 나와
애굽의 왕의 최측근 2인자의 자리에 올랐고
결혼도 하였으며 가정을 이루어 자식들을 낳고 모처럼 가족의 품을 느꼈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에서 지워질 수 없는 머나먼 가나안 땅 아비의 집이 있었다

어린시절 어머니 라헬과 아버지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뛰놀았던 시절과
어느날 어머니를 잃었던 슬픔과 또 아버지의 사랑이 지나쳐
형들에게 미움을 받아 그 추억의 땅 가나안에서 팔려지기까지
그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아련한 그리움들을 극복하면서
첫 자식을 낳고 짓는 이름에서 "므낫세" 라고 표현하였는데 그 이름의 사연인즉

---- 하나님이 내게 내 모든 고난과
---- 내 아버지의 온 집 일을 잊어버리게 하셨다 함이요[41:51]라고 하였다

외롭고 힘든 이방나라 노예 생활과 감옥생활에서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하루 아침에 신분이 수직상승하여 애굽의 총리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을
돌이켜보며 그는 이 모든 고난과 슬픔의 세월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셨음을 아들의 이름을 통해 고백하였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 아들을 낳았을 땐 그 이름을 에브라임이라 하였는데
그 사연인즉
"하나님이 나를 내가 수고한 땅에서 번성하게 하셨다 함이었더라" 하였다

그는 끔찍했던 지난 날의 고난과 슬픔의 세월을 딛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자신을 우뚝 세우는 신앙고백을 하고 있다.

요셉이 아들들에게 지어준 므낫세와 에브라임에 담겨있는
하나님께 향한 신앙고백이
오늘 나와 내 가정의 질곡 깊은 세월속에서도
언제나 함께 해주신 하나님께 동일한 신앙고백으로 드리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날들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 어떤 모습이더라도
그것은 요셉의 삶에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서 또한 나와 함께 하시며
나에게 그려주시는 한 폭의 그림이며
살아온 날들의 이야기로써 의미가 있고
이것은 없어지는 것들이 아니라 영원히 남겨지는 것들로써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기도하기

주님
나에게 주신 인생의 날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나에게 주신 생의 날들을 감사드리며
요셉처럼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 삶의 날들로써
가치와 의미를 가지겠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주님이 그려주시는 더 아름다운 삶의 날들이 만들어지게 하시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로 남겨져 영원한 가치로 주님께 헌정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