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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당/에스겔

▼ 에스겔 3:16-27 그 피 값을 네 손에서 찾으리라

by 朴 海 東 2016. 2. 23.

그 피 값을 네 손에서 찾으리라

에스겔 3:16-27

묵상내용

나는 나의 일평생에 마음에 흑점으로 남은 한 슬픔이 있다
젊은 시절 뱃사람이 되어 배를 집으로 삼고
세상 이 곳 저 곳을 떠돌아다니며 살았는데
이 배라는 곳에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승선했던 배는 M/V Discovery 호라는
광석 운반선 이었는데 우리가 타고 있던 그 배는
원광석을 실어오기 위해 포항제철 부두에서
인도의 남부도시 마드라스를 오가는 정기항로 선박이어서
가끔은 해적들이 출몰하는
동남아시아의 말레이 해협을 통과해서
인도양을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건너가는 항로였다.

내가 이 배에서 만나게 된 ***이라는 청년은
서울의 양정고교를 졸업하고 내가 타고 있는 배에
싸롱 보이 직책으로 들어온 핸섬한 청년이었는데
언제나 하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다니는 것 같았다

그의 커다란 눈망울과 숱이 많은 머리칼은
그의 하얀 얼굴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그는 언제나 초점 잃은 눈빛과 슬픔이 가득하게 보였다

당시 우리 배는 매 주일 마다 사관식당에서
선상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이도 가끔은 참석하였다
나는 당시 신학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목사님도 전도사님도 선교사님들도 올 수 없는 이 바다에
내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평신도 선박선교사의 사명감을 가지고
매 주일 예배 설교를 해오고 있었다.

어느 날 인가 인도양의 수평선으로 해가 지는 황혼녘에
그가 내 방을 찾아와서 인생 상담을 청했는데
나는 매우 고맙게 생각은 했으면서도
이제 막 나의 당직 근무 4시간을 마치고 내려와서
피곤한 상태였고 또 midnight 당직을 앞두고 있어서
그의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친절한 말로 위로를 전한 후
다음을 기약하고 돌려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몇 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깊은 밤
내가 배를 조정하는 Bridge에서 당직을 서고 있는 시간에
갑자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 항해사님 ! 
나 *** 인 데요
지금 팬티만 입고 갑판에 나와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 가려고 합니다.”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술기운에 젖어서 혀 꼬부라진 소리로 들렸는데
순간 나는 위험을 감지하고 같이 근무하는
조타수를 내려 보내 그를 붙잡도록 하였다

그런데 조타수가 내려간 지 채 2-3분도 지나지 않아
나는 선실 통로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괴성 같은 소리를 들었고 그를 붙들러 갔던
조타수가 황급히 돌아와 보고하는데

“***이 그 놈이 나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바다로 뛰어 들었습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이 황급한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Hard Port[배를 최대한 좌회전시켜 원을 그림]을 명하고
온 선내에 비상벨을 울려서 인명구조 작업에 들어갔다.

이윽고 선장이 올라오고 전 선원이 동원된 가운데
온 선체에 불을 밝히고 진행된 수색 작업은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기까지 그리고 또 그 날 오후
늦게 까지 해보았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다.

그날따라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으로
바다의 파도는 높고 마음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는데
다음 날 저녁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수색작업을 포기하고
본래의 항로로 들어서서 본래의 목적지로 향하게 되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이는 내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슬픔의 흑점이 되어 내 안에 남겨 졌다.

그가 내게 인생 상담을 요청하며 내 방을 찾았을 때
내가 당시 아무리 피곤했어도 그 중요한 시간을
놓치지 않았어야 했는데......내가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의 생명을 잃어버린 이 사건은
나로 하여금 사람들의 영혼에 대하여 나를 각성시키고
일깨우는 경각심이자 전도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다른 어느 구절에서보다
생명의 “핏 값”이라는 구절에 나의 시선이 멈춰진다.


이는 네가 그를 깨우치지 않음이라
그는 그의 죄 중에서 죽으려니와
그의 피 값은 내가 네 손에서 찾으리라[3:20b]

묵상적용

오늘의 말씀에서 화살처럼 내 마음에 박히며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피 값”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모든 선교사들의 아버지인 바울의 고별설교가 생각난다.

바울은 1,2,3차 세계 선교 여정을 마치고
성령의 강권함을 받아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간 관계상 에베소 까지는 갈 수 없어서
밀레도에서 사람을 에베소로 보내
그 교회의 장로들을 불러 고별설교를 하게 되는데


그러므로 오늘 너희에게 증거 하노니
모든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내가 깨끗하니
이는 내가 꺼리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다 너희에게 전하였음이라[행20:26-27]
고 단언한다.

아마 바울은 그의 선교여정에서 오늘의 말씀
에스겔 3장의 피 값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사람들의 영혼을 만나고
그들을 깨우치며 말씀을 전한 것 같다.

흔히 시체 말로 “ 새 발의 피”라는 말이 있다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새 한 마리에서
피가 나온들 몇 방울이나 되겠느냐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무시될 수 있는 참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죽게 되는 것까지도
하나님의 허락이 없이는 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셨는데
하물며 금수나 버러지의 형태도 아니고
하나님의 형상이 찍혀있는 한 인간이 죽고 사는 문제는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엄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인지
짐작해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의 피 값에 대하여
나는 깨끗하며 나는 자유하다고 말하는 바울의 이 고백은

내가 먼저 복음을 받고 새 생명을 얻었으며
이 시대 복음의 파수꾼으로 부름 받은 자로서
하나님께서 내 주변에 만나게 하시는 모든 사람들 -
곧 그들이 선인이든 악인이든 그 어떤 사람이든지
그가 사람이라는 탈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들의 영혼에 대해서 무감각해서는 안 되고
그들의 구원에 대해서 결코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거룩한 자각심으로 마음 깊이 닿아진다.

주님 !
말씀을 통하여 받는 경각심을
한 순간의 감정으로 끝내지 않게 하시고
에스겔처럼 바울처럼
모든 사람의 피에 대하여 깨끗하기 위해서라도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이 복음 -
피 뭍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민족의 가슴 마다 전할 수 있는
나의 신앙과 삶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학창시절 항상 구호처럼 외쳤던
"민족의 가슴 마다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고 다짐했던
그 비전과 열정이 다시 한 번 불타오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