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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당/* 누가복음 *

▼ 누가복음 18:31-43 더 이상 감추어진 말씀이 되지 않도록

by 朴 海 東 2017. 4. 18.

더 이상 감추어진 말씀이 되지 않도록

누가복음 18:31-43

묵상내용

바로 앞선 말씀에서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서 베드로가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주님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것처럼 말했을 때[18:28]
예수님은 자신을 위하여 헌신하는 자들이 받을
현세와 내세의 축복이 무엇인지를 말씀하셨는데[18:29-30]

예수님은 제자들이 계산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따르는 것을
경계하시며 그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게 하시려는 듯
이제 곧 자신에게 닥칠 희롱과 능욕,
침 뱉음과 채찍질과 죽임 당하심
그리고 삼일 만에 살아나실 것에 대해 예고하신다.[18:33]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아직 현실적인 것들에 관심을 두고 집착하는 제자들에게
이러한 주님의 말씀은 감추어져 있어서
그 말씀하신 것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씀이 되었다고
이 복음서의 저자 누가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18:34]

이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 도시로써
여리고를 지나면 십자가의 죽으심이 눈앞에 닥쳐있는데
아직도 아버지의 뜻을 이루려는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영안이 닫혀있는 제자들에 대해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이 복음서의 저자 누가의 시선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도시 여리고에 이르렀을 때
길가에서 구걸하는 한 소경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힘써 부르짖어 예수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눈을 뜨게 되는 이 사건을 17장에서 부터 시작된
제자들에게 주시는 교훈[17:1-18:34]의 마무리로 덧붙이고 있다.

오늘 주신 말씀 가운데 가장 큰 울림으로 닿아지는 것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자신이 당할 수난과 죽음을 말하여도
이런 것들이 그들에게는 알아듣지 못할 말씀이며
감취어진 말씀이 되었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마음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제자들의 마음을 비교해 보면서 그리고 그것이 예수님에게는
안타까움이었고 슬픔이었을 것을 생각해보면서
오늘 이 시대에 주님을 따르는 나의 관심은 어디에 있으며
나는 이 시대를 향한 주님의 마음과
동일한 보조를 맞추며 나가고 있는 제자인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어제 우연히 모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나와 함께 공부한 동문들 중에
학창 시절부터 좋은 인맥을 만나서
지금 화려하게 잘 나가고 있는 몇 동문들의 기사를 읽어보고
일시나마 맑은 하늘에 검은 구름이 끼듯 우울한 마음으로 무거웠다.

그런데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들인지 나를 부끄럽게 한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 무슨 의미인지를 몰라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이해되지 못하고
구속사의 분수령이 될 그 귀한 말씀에 귀가 닫히고
함께 가는 예수님의 표정을 읽어내는 눈이 닫혔으며
감취어진 말씀으로 남겨진 제자들을 보면서

나도 주님을 따라간다고 하면서
내가 지금 어느 시점에 와 있으며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나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주님의 마음과 엇박자를 내면서
닫힌 눈으로 주님을 따라가는 제자가 아닌지 나 자신을 본다.

주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관문
여리고에 이르기까지도
주님의 길을 알지 못했던 제자들처럼
내가 닫힌 눈으로 주님을 따랐습니다

여리고 성에서 만나 눈을 열어주신
그 소경의 외침으로
나도 나의 눈을 뜨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뜻을 이루어 드리기 위해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시는 내내
긴박하게 마음에 품으셨던
주님의 그 마음을 나도 품을 수 있게 하시고

제자들에게 주신 그 말씀이
더 이상 나에게 감추어진 말씀이 아니라
나의 영적 긴장을 촉발시키는 말씀으로
주님의 길을 따를 수 있는 제자가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