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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당/* 마가복음 *

▼ 마가복음 15:33-47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by 朴 海 東 2019. 2. 21.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마가복음 15:33-47

묵상내용

이 복음서의 저자 마가는 나사렛 사람- 예수 십자가에 달리시던 날
자신도 다른 제자들처럼 예루살렘 어느 구석에 몸을 숨기고
숨죽이며 온 몸으로 느꼈던 그 날의 기억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제육시가 되매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 구시까지 계속하더니
제 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15:33-34]

그날도 오늘처럼 잿빛 하늘은 간간히 햇살을 뿌리며 음산한 날씨였을까.......
(그런데 그 날 태양이 하늘 정수리(at noon)에 올라 가장 밝아야할 시간에)
그 날은 일식도 아닌데 갑자기 캄캄한 어둠이 세 시간 동안 온 땅을 덮었다.
그리고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린 예수 십자가에서
단발마적으로 크게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오늘은 새벽 다섯 시 부터 책상머리에 앉아 시작한 묵상이
마치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로 끙끙거리는 것처럼
아홉시가 다 되 가는 이 시간까지 이 구절에서 멈추게 하고 있다.

왜 캄캄한 어둠이 온 땅을 덮었을까?
왜 예수님은 그토록 큰 소리를 지르실 수밖에 없었을까?
왜 예수님은 그토록 애착했던 아버지의 호칭을 못 부르시고
왜 그 순간은 제 3자의 호칭으로써 나의 하나님 이라고 했을까?
왜 예수님은 하고 많은 말 중에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냐고 하셨을까?

세 시간 동안 천지를 뒤 덮은 그 캄캄함 속에
그리고 갈보리 산정 어둠 속에서 들려온 그 외침 속에서
나는 아들의 고통에 외면해야 했던 하나님의 아픈 마음을 읽고
버림당하는 아들의 찢어지는 가슴을 느끼며
(오직 인간만을 제외하고 ) 하늘의 천군 천사들과
온 땅에 지음 받은 모든 피조물들의 숨죽이는 침묵을 보며
그리고 이 것이 모두 우리[나]의 죄 때문 인 것을 직시한다.

그렇다 예수님의 고통은 십자가에 매달려 당하는 육체적 고통보다
단 한 번도 분리되지 않았던 아버지의 사랑에서 분리되어야 하고
단 한 번도 분리되지 않았던 아버지의 생명에서 분리되어야 하는
견딜 수 없는 슬픔으로 터진 것이고
이런 아들의 모습을 차마 더 이상 볼 수 없는 하나님의 외면이
그 날 태양도 세 시간 동안 빛을 잃은 캄캄함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임산한 여인의 진통 끝에 새 생명의 선물이 태어나듯
그 날 오후 세 시가 지나서
예수님이 두 번째 큰 소리를 지르시며 숨지시는 순간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져
둘이 되어 지성소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적고 있다.[15:37]

하나님보다 뱀[마귀]를 선택한 결과로
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인간을 위하여
하나님께서는 그의 공의와 사랑이 만족되는 십자가를 통하여
죄 사함과 하나님께로 가는 길을 열어 놓으셨다.
이 희생적인 사랑 안에서 해결 받지 못할 인간의 죄가 없고
이 사랑 안에 용납 받지 못할 죄인도 없음을 깨닫는다.

예수를 믿고 난 이후에도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절감하는 것은
유출병 환자처럼 내 안에서 끊임없이 분출되어 나오는 죄악이다.
나의 경건이 이만하면 칭찬받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사실은 내가 여전히 죄악 중에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내 죄가 크게 보이면 보일수록
예수 십자가에 달리시던 그 날
나의 죄악들을 블렉 홀처럼 빨아드린 그 캄캄함과
그 캄캄함 속에서 들려온 버림받는 자의 소리를 기억한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그가 버림당하심으로 내가 사랑받는 자녀로 안겨지게 하신
이 역설적인 대리적, 대속적 희생과 사랑이
오늘도 주님 앞에서 죄 가득하고 때로 뻔뻔스런 내가
그나마 나의 전의를 상실하지 않도록 그의 사랑에 매여
줄기차게 살아가게 하는 나의 버팀인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도하기

십자가를 통해
나의 의로움과 지혜가 되신 주님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게 하시시고
그 사랑과 진리의 빛 가운데 거하여 떠나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