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약성서당/* 마가복음 *

마가복음 14:43-52 허물 투성이 제자들의 모습에서 보는 나의 자화상

by 朴 海 東 2015. 12. 4.

허물 투성이 제자들의 모습에서 보는 나의 자화상

마가복음 14:43-52

묵상내용

이 복음서의 저자 마가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해나간
생애 마지막 순간 겟세마네 동산의 이야기를
아주 혼란하고 실망스런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유다는 배신의 차원을 넘어
스승을 팔아넘기기 위해 검과 몽치를 든
체포 조를 이끌고 와서
배신의 입맞춤으로 예수님을 팔아넘기는가 하면

제자 중 한 사람은 칼을 휘둘러 상해를 입혔고
[요한복음에서 이 제자는 베드로인데
그가 위기 상황에서 칼을 휘두른 것 자체도
엽기적이지만 칼을 품고 다녔다는 것 자체부터가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제자들 모두가 예수님을 버려두고 도망가 버렸다고
기록하고 있는 마가의 이야기는
마치 지난 3년 동안 예수님의 제자훈련은
실패처럼 보이고 모든 노력은 허사요
물거품이 된 것처럼 그려내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허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복음서의 저자 마가는 실망스런 제자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는 그날 겟세마네 동산의 밤에 자신도
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부끄러운 사람 중의
하나였던 것을 고백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요한복음의 저자 요한이 요한복음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필명을 숨기고
"예수의 사랑하는 제자"라고 자신을 호칭한 것처럼

이 복음서의 저자 마가도 자신의 필명을 숨기고
예수님과 제자들을 따라왔던 자신도
그 날 그 밤에 위기 상황에서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갔던 한 청년으로 고백하고 있다

마가 자신의 집에서 있었던 다락방 만찬이 끝난 후
이미 깊은 밤이 되어 침상에 누웠던 그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겟세마네 동산으로 갈 때에

아직 소년의 나이에 불과했던 그는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집을 나오면서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황급하게 따라 나서느라
팬티 바람에 베 홑이불만을 두르고 나선 듯한데

예수님이 체포되고 제자들마저 붙잡힐 상황에서
자신도 위기에 처하자 몸을 감싸고 있던
벹 홑이불을 벗어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친
자신의 부끄러웠던 행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유다/ 한 사람[베드로]/다른 제자들/ 한 청년[마가]
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 이전에
곧 우리[나 자신]의 이야기이며

내가 예수님의 제자훈련을 제대로 받았고
모든 과정을 수료한 것처럼 여겨지는 때에도
사실 나 자신은 여전히
주님이 신임하기에는 매우 불안한 자이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나의 이기적인 욕구을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허물투성이 미완성의 제자인 것을 인정하게 한다.

주님 !
내가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영적 자만이
어느 한 순간도 나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소서
나는 영원히 주님의 제자훈련 학교를
수료하지 못하고
거듭 거듭 재훈련을 받아야하는
못난 제자 박해동 입니다.

부활하신 후에
도망갔던 제자들을 다시 불러 모우시고
그들을 앞장서서 갈릴리로 가신 주님을
내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따라가는 것만이
그나마 내가 주님 앞에 설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인 줄 알았사오니

주님!
나를 주님의 제자훈련의 학교에서
영원히 수료시키지 마시고
계속해서 훈련 받아야하는
미완성의 제자로 남아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