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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당/* 누가복음 *

▼ 누가복음 8:40-56 (2) 나에게 손을 댄자가 누구냐 ?

by 朴 海 東 2017. 2. 17.

나에게 손을 댄자가 누구냐 ?

누가복음 8:40-56

묵상내용

갈릴리 바다 동편 쪽 이방인의 땅 거라사에서 배를 타고 돌아온 예수님은 많은 무리의 환영을 받으신다. 이제 예수님은 당시 살아갈 낙이 없었던 식민지의 백성들- 이스라엘의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고 이미 그들의 마음 가운데 깊이 자리 잡은 소망과 기대의 사람으로 자리메김이 된 것 같다.[8:40]

오늘의 말씀에서 이 복음서의 저자 누가의 시선은 열두 살 된 한 소녀가 죽어가는 이야기 속에 열두 해 동안 혈루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복선으로 깔고 전개시키면서 치료자 되시며 생명의 주가 되시는 예수님을 전하고 있다.

1. 12년 고통의 세월을 멈추게 한 혈루병 여인의 믿음[8:41-48]

오늘의 말씀은 한 단위로 묶여있는 본문 속에 1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회당장 야이로 가족의 따뜻한 사랑 가운데 자랐을 한 소녀와 12 년 세월 동안 멈추지 않는 하혈로 고통 받으며 여느 의사에게도 치료되지 못하고 재산만 소비한 채 몸도 마음도 망가져 갔을 한 많은 여인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혈루병이라 함은 피의 유출이 멈추지 않는 질환인데 보통 여인은 월경 때에만 피가 나오지만, 이 병은 월경과 무관하게 불규칙하게 출혈된다고 한다. 이 병에는 기능성자궁출혈과 기질적 자궁출혈(염증, 패혈증, 종양, 백혈병 등에 의한 병)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기질적 자궁출혈은 악성 암이라고도 한다.)

피의 유출이 멈추지 않아 자신만 부정한 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만지게 되는 모든 것이 부정한 것이 되는 저주 받은 여인으로 12년을 살아온 이 여인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이었겠는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된다.[레15장]
당시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을 고쳐보려고 의사들에게 돈을 갖다 주며 12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제는 가진 돈도 바닥이 났고 병세는 호전되지 않으며 모든 것을 포기한 인생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 여인에게 예수님의 소식은 정말 가뭄의 단비 였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부정함을 남에게 옮기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 자신을 격리하며 살아야할 운명 이었으나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예수님에게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예수님을 존중하는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 그랬을까 예수님을 밀착하여 따르는 무리 가운데 파묻혀 예수님께로 가장 가까이 접근하였지만 차마 자신의 손을 내밀어 예수님께 댈 수 는 없었고 보통 유대인들이 입는 옷의 끝단에 붙어있는 옷 술에 자신의 손가락이라도 대었는데 이는 이렇게라도 하면 내 병이 낫게 되리라는 놀라운 믿음이 그녀 안에 작동되고 있었으니 이 믿음 자체만으로도 이는 주님의 큰 은혜가 아닐 수 없었다.

바람이 잎 새를 흔들고 지나가듯 떨리는 손가락을 내밀어서 만진 가벼운 터치였지만 그녀는 즉시 나음을 입었고 예수님은 그 녀의 손길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느끼시고 무리를 돌아보시며 "내게 손을 댄 자가 있도다, 이는 내게서 능력이 나간 줄 앎이로다"[8:46] 하셨다.

묵상적용

떨리는 손으로 예수님의 옷 가를 터지 했던 이 여인은 이러한 미세한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 조차도 감지하시며 자신을 아시는 예수님에게 또 다시 한 번 놀라며 예수님과 무리 앞에 떨면서 자신을 밝히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 때 예수님은 12년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유함을 맛보지 못했던 이 여인에게 큰 위로와 소망이 되는 구원의 선포하신다. 딸아 !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이 복음서의 저자 누가가 그의 편지에서 치료자 예수님을 소개한 이후 어느덧 이천여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의학이 발달한 시대가 되었고 예전에 고치지 못하던 병들도 고칠 수 있는 첨단과학이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못하는 불치의 병들도 있고 또 고칠 수 있지만 돈이 없어 희망을 포기하고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오늘의 말씀에서 소개되는 혈루병 여인처럼 거의 십여 년 지나는 동안 간헐적인 하혈을 하며 살았는데 수세식 화장실이 되어 있지 않은 선교지의 재래식 화장실에서 변을 볼 때 마다 하혈된 피가 나오는 것을 종종 보면서 일말의 두려움을 갖기도 하면서 돈 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랬는지 수술을 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였다.
그러다 몇 년 전인가 우연히 우리 동네 병원들이 모여 있는 건물 앞을 지나가는데 내 마음에서 부터 나를 병원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이상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었고 나는 사전 계획에도 없었던 진찰과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의학 상식이 없었던 나에게 의사는 내가 가진 질환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 일 날뻔 했다고 하였는데 항문과 대장을 연결하는 짧은 직장에 암의 유종인 용정과 선종의 단계를 넘어 암으로 변환되려고 하는 큰 덩어리가 있어서 이 것 때문에 그동안 변을 볼 때 마다 하혈을 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대개는 이런 수술을 하려면 미리 계획을 세우고 날짜를 잡아서 하는 법인데 주님께서 보실 때 나의 병세가 악성 종양 직전까지 갔는데도 내가 너무 태연하게 지내는 것이 답답하게 보이셨는지 그냥 두고 보실 수 없어서 그날 우리 동네 병원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될 때 "항문외과"의 간판을 보게 하시고 내 마음을 격동시키시며 내 등을 떠밀어서라도 이 병원으로 들어가 치료를 받게 하신 것이라고 나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혈루병 여인이 고침을 받은 오늘의 묵상을 정리하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 깊은 여운으로 남겨지는 것은 미세한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조차도 민감하게 감지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이다.
내가 이렇게라도 하면 나음을 입으리라고 생각한 그 여인의 믿음은 그 손가락이 터치되기 전에 이미 예수님께 닿아져 있었고 그 믿음이 손가락의 터치를 통해 표현되었을 때 마치 양전기와 음전기가 만나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처럼 주님의 치유하시는 능력이 여인에게로 흘러들어갔고 여인은 나음을 입었다.

오늘 내가 주님께 향하여 발산하는 내 기도의 한 마디와 믿음의 표현들이 마치 옷 솔기를 건드리는 정도의 미약한 것들이라 할지라도 주님은 다 아시며 다 감지하시며 어떤 모양으로든지 반드시 나의 믿음에 반응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깊이 받아 드리게 된다.

[말씀에 응답하는 기도]
한 혈루병 여인이 내민 손가락의 작은 터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시며 치료의 능력을 베푸신 주님!

내가 주님께 향하여 기도의 손을 내밀 때
약하고 병든 자들의 고통을 알아주시는
주님의 자비를 기억하게 하시고
나도 혈루병을 고침 받은 여인처럼
내 가난한 마음의 손을 내밀어
주님의 옷 솔기를 만지듯 주님의 말씀 붙잡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