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년에 나를 데려가지 마옵소서
▼ 시편 102:12-28
묵상내용
[오늘의 말씀을 이해하는 배경]
앞선 문맥이 되는 시 102편의 전반부만 읽은 어제의 묵상은[102:1-11]
누적된 범죄의 위험 수위를 넘어선 한 성도가 주님께 받는 징계에 대해
고난 중에 부르짖는 기도로만 이해하였는데
시 102 편의 후반부가 되는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102:12-28]
이 기도는 바벨론 포로기가 마쳐갈 즈음에 드려지고 있는[102:13-14]
한 개인의 기도이면서 또한 민족적인 기도를 대변하고 있음을 본다.
주께서 일어나사 시온을 긍휼히 여기시리니
지금은 그에게 은혜를 베푸실 때라 정한 기한이 다가옴 이니이다
주의 종들이 시온의 돌들을 즐거워하며 그의 티끌도 은혜를 받나이다
더불어 이 시의 저자는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 이미 주셨던
자유와 해방의 날을 기억하고 있으며 [렘25:11]
이제 그 복역의 때가 끝나가고 있음을 감지하면서
이스라엘이 다시 시온으로 돌아가게 되는 그 날 이후로
하나님의 나라가 이스라엘 안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온 열방 가운데 퍼져나가 세계화를 이룰 것을 내다보며[102:15-16]
신약 교회 시대와 복음의 세계화를 전망하고 있는데[102:18-22]
후에 신약 히브리서 기자가 오늘의 말씀 중 102:25-27절의 내용을
예수님의 오심과 관련하여 인용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히1:10-12]
그러나 오늘의 말씀에서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쩌면 바벨론 포로지에서 인생의 대부분의 날들을 보낸 것 같은
이 시편 저가가 자신의 시대는 이렇게 허무하게 저물고 있지만
영원부터 영원까지 영존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자신이 느끼는 인생의 허무를 극복하고 있는 모습이다.[102:23-28]
나의 말이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중년에 나를 데려가지 마옵소서
주의 연대는 대대에 무궁하니이다.[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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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두 건의 결혼식에 참석해야할 입장이었지만
모교의 동창 모임도 함께 중복된 날이어서
부득이 결혼식 참석보다 동문 모임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전라남도 나주 봉황산 기슭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농장으로
친구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그들 역시도 결혼식이나 행사가 많은 이 시월에
다른 일정들을 모두 희생하고 참여한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젊었던 시절에는 모두 자기 살기 바빠서
이런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제 중년을 넘어선 나이들이 되고 보니
저녁이 되면 새들도 자기 둥우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옛 십대 후반과 이십 대 초반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의 만남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두 같은 마음으로 동감하는 것 같았다.
남녘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누렇게 익은 황금벌판을 보는 것도 아름다웠고
김제 평야를 지날 때는 끝없는 지평선을 이루고 있는 벌판을 바라보며
서울 도심의 찌든 공해에 쩔어 살았던 가슴이 확 터지는 것도 같았다.
나지막한 산길을 타고 올라간 농장 마당에 들어서서
우리는 긴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 그늘 아래 긴 상을 펴고 앉았는데
엣 조상들이 흑산도에서 영산강을 따라 가지고 올라왔다는 삭힌 홍어와
즉석에서 불을 피워 만든 바비큐를 채소와 곁들여 먹는 맛도 일품 이었다.
그러나 이 날의 만남을 정말 의미 있게 한 것은
이제는 모두 중년의 시대를 넘어서서 희끗한 머리카락을 보이며
함께 늙어가는 서로의 얼굴들을 바라보면서
지나간 날들의 이야기로 꽃을 피운 것인데
우리는 해지는 줄도 모르는 황혼녘까지 세 차례나 음식을 먹으며
마음껏 지난날의 회포를 풀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무신론자라도 종교에 귀의한다고 했던가,
거의 대부분이 믿지 않는 친구들 이었지만
내가 식탁을 앞에 놓고 기도를 했을 때
모두 아멘으로 화답 해준 것이 못내 내 마음을 기쁘게 해주었다.
이제는 모두 나이가 들어 험악한 인생여정에서 마음들이 가난해지고
인간의 영원성을 주재하는 神 앞에 누그러진 마음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의 시편 마지막 단락은 주의 년대가 무궁하다는 것과
인간이 살다가는 인생의 여정은 한 순간인 것을 비교하며
주님께서 지으신 이 땅에서 잠시 살다가는 나의 년대를
의미 있게 하시어 너무 빨리 끝내어 데려가지 마시기를 기원하며
특별히 후대에 남기고 가는 자손들의 안녕과 그들이 주 앞에
굳게 선 신앙으로 살기를 바라는 시인의 간구가.[102:28]
마음 깊이 닿아지는 오늘은 깊어가는 가을, 시월 십오일 아침이다.
기도하기
주님!
영원무궁하신 주님의 년대 앞에
잠시잠깐 살다가는 나의 인생은
저무는 가을날에 떨어져
바람에 뒹그는 낙엽처럼
쓸쓸할 수 밖에 없지만
내 인생의 여정이
여기 세상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이생과 저승에서
영원히 존재하시며 상대하시는
주님의 연대를 생각할 때
오직 주님 한 분 밖에는
내 인생의 의미가 달리 없고
오직 주님 안에서만
나의 소망이 있음을 고백 드립니다.
시편 102편의 저자가 올린 기도처럼
중년에 나를 너무 일찍 데려가심으로
주님께서 잠시 머물게 허락하신
이 세상에서의 날들이
너무 허무하게 끝나지 않게 해주시고
내가 주님께 돌아갈 날, 가지고 갈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고
충분히 의미 있는 날들을 보낸 후
신앙의 연대를 이룬 후손들을 잘 남기고
미련 없이 주님 품으로 돌아가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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