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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당/*신명기*

신명기 3:23-29 아름다운 퇴장

by 朴 海 東 2020. 3. 31.

아름다운 퇴장

신명기   3:23-29


[아름다운 퇴장]

오늘의 말씀은 출애굽 제2 세대들을 향하여 
신명기[반복하여 전하는 말씀]을 강론하기에 앞서서 
광야 40년 세월을 회고하는 모세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앞선 말씀[3:12-22]에서는 가나안 땅 입구에 도착하였지만
요단강 동편 땅이 너무 좋은 나머지 
요단 건너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땅에 거주하고자 한
르우벤/갓/므낫세 반지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과 반대로
오늘의 말씀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고 싶지만 허락되지 못하여
들어가지 못하는 모세의 안타까운 사연이 비교 되어 나온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향하는 
40년 어간에 전능하시고 위대하신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이 크신 하나님을 의지하여 
가나안 정복에도 참여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랐음을 
그의 신앙고백적 기도에서 엿보게 된다.[3:23-24]

요단강 동편에서 아모리 왕 시흔과 바산 왕 옥을 격파하면서
이제 앞서 행하시는 하나님의 승리를 조금 맛보았을 뿐이고 
이제 시작인데.......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이
그의 절절한 기도 속에 담겨 있는 것을 가슴 저미게 느껴본다

구하옵나니 나를 건너가게 하사 
요단 저쪽에 있는 아름다운 땅,
아름다운 산과 레바논을 보게 하옵소서[3:25]

그리고 이 기도에 대한 응답은 NO, 라고 나왔는데 
광야에서 하나님의 속을 무던히도 썩였던 
백성들의 죄얼이 그들의 인도자였던 
그에게도 미치어서 그 역시 들어갈 수 없음을 답하신 것이며
여기서 희미하게 나마 자기 백성의 죄얼을 담당하시고
십자가의 죽으심과 무덤에까지도 내려가신 
예수님의 대속적 징벌의 의미를 그의 예표가 된 모세에게서도 본다 

"내게 이르시기를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3:26]

그러고보면 모세는 이 기도 제목을 놓고 여러 차례 간구한 것 같은데 
이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을 분명히 확인하게 된 후에는 
더 이상 기도로 간구하지 않게 되고 
하나님께서 올라가라고 하신 비스카 산상 꼭대기에서
이제 곧 이스라엘이 들어가 차지하게 될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 전체를 바라보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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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는 출애굽 제2세대의 백성들에게 신명기 강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광야 40년을 회고하면서 
그리고 이 신명기의 강론이 끝남과 동시에는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안수하여 백성의 지도권을 넘긴 후[신31장] 
느보산의 한 봉우리가 되는 비스카 산상에서 
아무도 그의 시체를 찾을 수 없도록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신34장]

모세의 기도와 하나님의 거절에 대한 
오늘의 묵상을 내리면서 마음속에 가장 큰 울림으로 닿아지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자신을 맞추는 모세의 아름다운 퇴장이다. 

모세는 훗날 히스기야 왕이 죽음을 앞두고 했던 기도처럼
내가 하나님을 위해서 한 선한 일들과 고생들을 기억해 주시며
가나안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든 것들을 전체적으로 놓고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의 결정을 신뢰하였으며 
자신의 간청에 대해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뜻을 존중하였다. 

모세의 이 아름다운 퇴장을 통해 
주님은 오늘 내게 무엇을 말씀하고 싶으신 것일까(?)

그것은 내가 소명의 부르심을 받을 때가 있는 것처럼
마땅히 퇴장할 때가 있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일을 
내가 완수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세는 내친김에 모든 것을 자신의 시대에 다 이루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생각이었고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그의 시대를 통해서 하실 일이 있었고
그의 후세대와 그 시대의 지도자를 통해서 하실 일이 있으셨다.
저 유명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오늘 우리 시대에 감미롭게 연주되고 있는 것처럼 
때로는 미완성으로 남겨놓고 가는 사역 그 자체로도
하나님께서 인정해 주시는 의미가 있는 것을 배운다.



마지막으로 모세의 아름다운 퇴장에서 보는 것은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남겨놓지 않고
하나님의 품으로 들어가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퇴장이다. 

어쩌면 모세는 신명기 강론을 끝내고 
여호수아에게 지도자의 바톤을 넘긴 후 
하나님께서 올라가라고 하신 산으로 올라가면서
뒤에 남겨놓은 백성들이 눈에 밟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비스가 산상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들어갈 수 없는 땅- 
그 가나안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렸다.
성경은 여기까지만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 쓸 수는 없지만

그는 가나안 서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백발을 휘날리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불러 가시는 하나님을 기다릴 때 
그는 자신이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 했던 가나안보다 
더 좋고 아름다운 천국의 환영을 보면서 주님의 품에 안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에서 떠난 그를 
우리는 자기 백성의 구원을 완성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이 
그와 더불어 대화하시는 변화산[헬몬산]에서 다시 만난다. [마17장] 

그토록 들어가고 싶었던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비스카 산상 꼭대기로 부름을 받아 
바람결에 백발을 휘날리며 조용히 사라져간 마지막 모습은
비록 인간적으로는 쓸쓸한 퇴장으로 보였을지라도 
그가 세상을 떠난 1500년 후,  AD 30년 봄 
그가 변화산[헬몬산]에 다시 나타나
우리의 구원 완성을 위하여 예수님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에서
그가 이 세상을 떠났던 비스카 산상의 퇴장은 
영원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퇴장이었으며
오늘 이 시대에 천국의 일꾼된 우리[내]가 따라야 할 길인 것을 본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한 것들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