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약성서당/* 데살로니가후서*

데살로니가후서 3:6-18(2) 값없이도 일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by 朴 海 東 2020. 11. 15.

값없이도 일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데살로니가후서 3:6-18

 

신학교 시절 가장 부러웠던 것은 
교회에 전도사 자리를 얻어 일하는 친구들이었다.
신학 공부도 중요하지만 당장 일자리가 없었던 나는 
꽃 감 빼먹듯 배를 타면서 벌었던 돈을 조금씩 빼먹고 살았는데
늘 마음 한 켠에는 값없이 양식을 먹는 것 같아서 
떳떳이 양식을 먹을 수 있는 일자리를 주시라고 기도하였다. 

어느덧 한 학기가 다 마쳐가고 돈도 다 떨어져 갈 무렵 
학기말 시험을 치르는 날이 되었는데
그때까지도 일자리가 없던 나는 
계속 신학 공부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흔들리고 있어서
다른 친구들은 그날 치루는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마지막 시간까지도 열심히 들여다보며 공부하고 있었는데 
나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상에 성경을 펴놓고 읽고 있었다

그때 마침 주임 교수 한 분이 교실을 둘러보러 왔다가 
다른 친구들은 모두 그날 시험 대비를 하고 있는데 
성경책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내가 특별하게 보였는지
자기 교수실로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어느 교회에서 전도사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기에
값없이 양식을 먹지 않기 위해 일하고 싶으나 
나를 불러주는 곳이 없어서 일하는 곳이 없다고 하였더니 
당장이라도 전도사 자리를 알아봐 줄 것처럼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분은 나를 불러주지 않았고
그냥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하는 중에 
“너를 불러주는 교회가 없어서 말씀을 전할 기회가 없다면
버스 안에서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는 
일제 말기 최 권능 목사 식의 전도가 그래도 통하는 시대여서 
내가 용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외칠 수 있는 때였다

그렇다면 불신자들을 만나서 전도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생각해보니 
주일 날 관광지로 놀려가려고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거의 불신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주간 주일을 맞아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관광지 가는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달리는 버스를 교회당 삼아 말씀을 전하는데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말씀을 전하였고 
나는 목적지에 도달한 다음 그다음 버스로 갈아탈 수 있었다. 

그러나 버스를 교회당 삼아 전도설교를 하는 것도 오래 할 수 없어서 
그 다음엔 월급이 없는 개척교회 전도사 자리라도 들어갔다. 
매월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교회여서 
사례비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섬겼다.

그러던 어느 날 동문 친구를 통해 한 교회를 소개받았는데 
제법 큰 교회여서 나는 생활비와 학비를 걱정하지 않고도 
무사히 신학교도 졸업할 수 있는 그런 교회였다. 
그러나 따뜻한 물속에 잠긴 개구리가 점점 온도가 올라가도
알아채지 못하고 생사의 임계점을 지나 죽게 되는 실험처럼
나도 생활비나 학비 걱정 없이 지냈던 그 편한 시절에 
영적 긴장을 풀어놓고 게을러졌으며 
영적 야성이 점점 사그라지면서 영력이 시들어간 것이 생각난다. 

요즘 들어 지난날을 회상해 보면서 그래도 내 신앙생활 가운데
가장 가슴 뜨겁게 주님의 나라를 받들었던 때를 생각해보니
사례비를 받지 못하면서도 열심히 주님의 교회를 섬겼던 그 때
주님께서 엘리야에게 까마귀라도 보내 먹이신 것처럼
나에게 하늘 양식으로 먹이시고 생활을 보장해 주셨던 
바로 그때가 정말 그리워지곤 한다. 

그때 주님께 드렸던 간절한 기도는
포도원 품꾼의 비유처럼 
육 시와 구 시를 지나 십일 시(오후 다섯 시)가 되어도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 
장터를 떠나지 못하고 서 있는 한 가장의 기도였다. 

자비의 주님께서는 이런 나를 발견하셨고
왜 지금까지도 이렇게 서 있느냐고 하시며
너도 포도원에 들어가 일하라고 하셨다.

요즘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원은 
다시 이런 기도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며,
나같은 죄인을 불러 천국 일꾼 삼아 주신 은혜가 너무 고마워
말씀을 나눌 수 있는 자리만 허락된다면 
얼마든지 값 없이도 기쁨으로 섬기고 싶은 것이다.

기도하기

주님!
다시 오랜 세월이 흘러  
오후 다섯시에
장터에 서있는 사람처럼 
기도의 자리에 섰습니다

나의 젊은 시절
포도원에 들여보내 주셨던
그 자비의 은총으로
다시 한 번 
늦은 황혼의 시간
오후 다섯시에 
부름받은 자의 
감사와 황공한 마음으로
주님을 섬길 수 있는 은총을 주옵소서